재학생 인터뷰
J · 후쿠오카
지금까지의 경로
제2외국어로 우연히 시작한 일본어 → 군 복무 중 JLPT N1 → 교내 선발 → 규슈대학 이토캠퍼스 교환 파견
점수 · JLPT N1
한눈에 보기
고민하지 말고 꼭 가세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본인 동의를 받아 익명으로 게재한 인터뷰입니다. 서면 문답으로 진행했고 사례비 등 경제적 대가는 없었으며, 소속 대학명과 실명은 본인 보호를 위해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원래는 중국어를 하려고 했어요. 학교에서 영어는 하니까 취미로 제2외국어를 하나 더 배워보자 했는데, 화자가 많은 중국어를 고르려다 인원이 부족해서 일본어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일본을 접한 게 아주 우연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게 꼬리를 물었어요. 일본어 공부한다고 J-POP을 듣기 시작했고, 드라마도 보면서 공부했고, 여행에서 일본에 좋은 인상이 남으면서 '여행 말고 다른 목적으로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환 전에 이미 간사이, 홋카이도, 수도권과 근교(야마나시·나가노)까지 세 번 다녀왔었어요.
1순위는 대학 레벨, 2순위는 그 지역의 특성이었어요. 대도시인지, 기후, 위치, 분위기 같은 것들이요. 원래 1지망은 오사카대학이었는데 제가 지원할 때는 공고에 아예 안 올라와서 어쩔 수 없었고, 규슈대·홋카이도대·신슈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신슈대를 3지망으로 쓴 건 앞의 두 곳보다 레벨이 낮아서였고, 규슈와 홋카이도는 레벨이 비슷해서 진짜 오래 고민했어요. 기후만 보면 규슈가 제일 안 좋았는데, 겨울 폭설 문제하고 국내여행 접근성을 생각하면 주변에 여러 지역이 있는 규슈가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홋카이도는 예전에 가봤을 때 러시아처럼 이국적인 느낌이 좋긴 했는데, 저는 조금 더 '일본다운' 느낌을 받고 싶었어요. 학교 위치로 보면 규슈대는 도시 외곽에서 시골 쪽에 있다는 단점이 있고 홋카이도대는 도심에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본 내 다른 지역을 가거나 한국을 왔다 갔다 하기에는 후쿠오카가 낫다고 봤습니다. 참고로 저희 학교엔 캐나다도 있었는데, 평판이 좋다고 할 만한 곳이 일본은 대부분이고 캐나다는 딱 한 곳이었어요.
성적은 특별한 비법 없이 수업 시간에 들은 걸 그대로 공부했고, 어학 성적은 군 복무 중에 JLPT를 공부해서 N1을 따뒀습니다. 일본어는 노래나 드라마도 봤지만, 결정적이었던 건 발음이 정확한 뉴스로 귀를 만든 거예요. 조금 어려운 기사를 읽기 시작하니 한자가 부족하다는 게 느껴져서 상용한자 2136자 책을 사서 따로 공부했고요.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후지테레비 유튜브 채널에 뉴스 영상이 올라오면 더보기 칸에 뉴스에서 말하는 내용이 전부 글로 적혀 있어요. 귀로는 들으면서 눈으로 그 글을 따라가면 실력이 확실히 올라갑니다. 돌아보면 '이건 미리 해둘 걸' 하는 아쉬움은 딱히 없었어요.
제 경우에는 장학금이 아쉽게도 다 떨어져서, 생활은 용돈으로 했습니다. 다만 처음 준비할 때 소속 대학에서 100만원 정도 지원해줬어요. 기숙사비는 다른 곳보다 싼 편이라 그건 도움이 됐습니다. 반대로 현지에서 체감상 비쌌던 건 교통비예요.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부담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건 돈 관리에서 꼭 알고 가셔야 하는데, 현금을 안 받는 식당이나 빵집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카드는 필수예요.
좋은 얘기는 아닌데, 도착한 날 한국도 일본도 황사가 하도 심해서 '일본도 황사가 심하구나' 했어요. 후쿠오카 착륙 직전에 후쿠오카타워가 보이는데 진짜 희미하게만 보였습니다. 공항에서 기숙사까지는 셔틀버스를 제공해주는데 대기가 너무 길어서 그냥 지하철과 버스를 탔어요. 첫 끼는 규다이갓켄토시역 근처 나가하마 리키마루 라멘이었습니다. 학교가 교환학생들에게 주소 등록, 은행 계좌 개설, 통신사 개통을 다 도와주고 서포터도 붙여줘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직접 했는데, 다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주소 등록과 계좌 개설이 너무 느리다는 점, 그리고 학교가 알려준 통신사들이 느리다는 점이 단점이었다고 합니다.
도미토리3의 4인 1실을 썼어요. 방은 각자 개인 방이 있고 주방·거실·화장실·욕실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처음 배정받았을 때는 솔직히 조금 절망했는데, 살다 보니 아무 문제 없었고 오히려 기숙사비가 다른 곳보다 싸서 좋았어요.
출석에 덜 민감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출석 점수를 아예 안 보시는 분도 있었고, 제가 들은 수업 중에 출석을 부르는 건 JACS 말고는 없었습니다. 대신 이름을 안 부르더라도 그 시간에 강의 리포트나 강의 소감을 적어서 내게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일본 학생들도 출석을 좀 덜 하는 느낌이었는데, 시험날과 평소의 인원이 다른 걸 보고 알았습니다. 평가는 절대평가인데, 제가 들은 범위에서는 문학부나 JACS는 조금 너그러우신 듯했고 법학부 수업은 엄격했어요.
법학부의 비교정치학 II와 외교사, 문학부의 조선사학강의와 독일어 강의였어요. 비교정치학 II는 한국 정치를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일본에서도 한국 정치를 이렇게 자세히 하는구나 싶었고, 외교사는 일본의 전후부터 1970년대까지를 다뤄서 한국에서는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조선사학강의는 한국의 식민지 시대를 배우는 수업인데,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실대로 교육하고 한국 역사를 너무 자세히 다뤄서 신기했어요. 독일어는 일본어로 독일어를 배운 건데, 일본어로 배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독일어라는 언어가 이렇게 어렵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N1이 있어도 문학부의 국어학강의와 일본사학강의는 알아듣기가 어려웠어요. 오히려 법학부 정치외교 수업은 현대어를 쓰니까 알아듣는 건 다 알아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배운 일본어가 교과서적이고 정석적인 표현이었다면, 현지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쓰는 말을 새로 알게 됐고요.
향수병은 없었는데 혼자 잘 다니는 편인데도 처음에는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럴 때 도미토리 커피아워에 나가면 사람이 많으니까 꼭 나가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커피아워와 바베큐 파티로 기숙사 친구들과 친해졌어요. 동아리는 사진부, 제로이토(지역 활성화를 위한 가게 운영), 에히메현 동아리 이렇게 셋을 했는데, 앞의 둘은 친구를 통해 알게 됐고 에히메현 동아리는 센터존 게시판 홍보물을 보고 알았습니다. 사진부에서 근교 여기저기를 다니며 예쁜 곳을 찍은 게 기억에 남고, 사진 촬영이라는 새 취미도 생겼어요.
두 가지가 생각나요. 렌터카로 주고쿠·시코쿠 전역을 한 번에 여행한 것, 그리고 일본 정치인 지부장 사무실에서 활동한 것입니다. 교환학생들 중에 렌터카로 한 번에 그렇게 많이 다닌 분은 못 본 것 같아요. 정치인 사무실은 일본 정치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연락을 드려서 가게 됐습니다. 국회의원은 아니고 지부장인데, 한국으로 치면 특정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 정도예요.
서일본으로 한정하면 나가사키, 구마모토, 히로시마, 돗토리예요. 나가사키는 도시가 아기자기하고 서양식 건물이 많아서 예뻤고 차이나타운도 있어 이국적이었어요. 구마모토는 아소산과 쿠로카와온천이 큰데, 아소산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화산에 푸릇푸릇한 잔디가 인상적이었고 쿠로카와온천은 유황 냄새도 진하고 물이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구마모토 라멘도 맛있었고요. 히로시마는 시내도 좋지만 토끼섬의 토끼들이 너무 귀여웠고, 오노미치라는 도시는 산과 바다 사이의 좁은 지형과 세토내해의 섬들이 어우러진 전망이 정말 좋았어요. 오코노미야키와 굴 요리도 맛있었습니다. 돗토리는 제가 사막 같은 곳을 처음 가본 거라 사구의 거대한 모습에 깜짝 놀랐고, 우라도메 해안도 멋집니다. 맛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카가와현에서 먹은 사누키우동이에요. 면에서 밀가루 냄새가 하나도 안 나고 탱글탱글했습니다. 후쿠오카 안에서 딱 한 곳을 추천하면 무로미역 바로 앞의 멘야 하시모토예요. 제 하카타라멘 원픽이고 차로 가면 무료 주차권도 줍니다. 자연을 좋아하시면 구마모토·가고시마·기후·나가노, 미야자키의 다카치호 협곡을, 역사를 좋아하시면 야마구치나 시마네를 추천해요.
혼자서 자취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리고 '사람은 해외 생활을 해봐야 한다'는 게 그냥 생각에서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내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진로로는 일본 취업도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됐고, 지금도 일본과 관련된 진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현금을 덜 쓰는 게 어색하고 우측통행도 조금 어색했어요.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살이 빠졌다, 운동을 한 것 같다, 피부가 좋아졌다, 뭔가 개성이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고민하지 말고 꼭 가세요. 준비 기간에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어학 능력입니다. 선발 기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서 생활하려면 어학이 필수예요.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건 세 가지입니다. 현금을 안 받는 가게가 생각보다 많으니 카드를 꼭 챙기시고, 봄부터 햇살이 뜨거워서 자전거를 많이 타면 살이 타니 선크림을 잘 바르시고, 일본은 겨울 기온이 높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문화 쪽에서 좋았던 건 운전 매너였어요. 후쿠오카가 운전 매너가 안 좋기로 유명하긴 한데, 그래도 국도에서 대부분 속도를 지키고 횡단보도에서 대부분 멈춰줍니다. 100퍼센트는 아니라서 조심은 해야 하지만, 경적 소리를 들을 일이 한국의 30퍼센트 정도였어요. 마지막으로 교환학생 경험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잊을 수 없다'입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평범하게 살았는데 일본에서는 이런저런 경험을 했기에 특별했고 행복했고,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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