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인터뷰
D · 후쿠오카
지금까지의 경로
초등학생 때 서브컬처로 시작한 일본어 → 대학 전공을 일본학으로 → JLPT N1·학점 기준 충족 → 교내 선발로 규슈대학 이토 캠퍼스 두 학기(1년) 파견
점수 · JLPT N1
한눈에 보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찰나였습니다.
본인 동의를 받아 익명으로 게재한 인터뷰입니다. 김치스시가 진행한 서면 문답을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했고 사례비 등 경제적 대가는 없었으며, 실명과 소속 대학명은 본인 보호를 위해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음악 같은 서브컬처로 일본 문화를 접해 왔어요. 그러다 중고등학생 즈음에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을 보고 충격을 크게 받았고, 그게 계기가 돼서 일본어와 일본 문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홀린 듯이 가나부터 외우고 일본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대학 전공도 일본학으로 이어졌어요. 대학에 와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는 무조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공이 일본학인 것도 한몫했고, 주변에서도 잘됐다는 반응이었어요.
기준이 세 가지였어요. 두 학기 파견이 가능할 것, 수준 높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소도시는 아닐 것. 홋카이도대학과 메지로대학도 고려했는데 세 가지를 다 만족하는 곳이 규슈대학이었습니다. 후쿠오카 시내와 거리가 좀 있긴 해도 마음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정도라 괜찮다고 봤어요. 다만 실제로 가보니 학교 근처에 식당이나 마트 같은 시설이 예상보다 적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하하.
제가 지원할 때 기준으로는 최소 성적 요건(GPA 4.0 환산 3.5 이상)이 있었는데 성적은 이미 충족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JLPT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서류는 지도교수 추천서, 수학계획서, 잔고증명서가 필요했어요. 생활비는 JASSO 장학금을 신청했는데 탈락해서, 군적금과 모아둔 돈으로 충당했습니다.
JLPT 공부를 따로 하면서, 평소에 일본 유튜브나 뉴스, 노래를 생활 소음처럼 틀어 놓고 살았어요. 어휘와 독해는 무식하게 꾸준히 반복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청해는 따로 공부하기보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본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서 자막을 틀어 놓고 섀도잉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어요. 저는 일상계 브이로그를 많이 봤는데, 책으로 배운 일본어와 실제 회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교환학생 준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장학금이 떨어져서 군적금과 저축으로 생활했습니다. 제 경우에 가장 예상을 벗어난 건 공과금과 대중교통비였어요. 이토 캠퍼스는 가장 가까운 역까지 버스가 편도 330엔이라 그냥 다니면 교통비가 계속 새어 나갑니다. 자전거를 빨리 구하는 게 교통비 절약의 핵심이에요. 반대로 마트 식재료 물가는 한국보다 싼 편이라, 외식보다 직접 해 먹는 쪽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해 여유 자금을 조금 더 잡아 가시길 권해요.
캠퍼스 안에 있는 1인실 기숙사였어요. 강의실과 아주 가까워서 1년 동안 생활에 큰 문제 없이 잘 지냈습니다.
초반이 제일 힘들었어요. 아무런 정보도 없고 알려줄 사람도 없어서 거의 혼자 다 해결해야 했습니다. 휴대폰 개통이나 수강 신청 방법처럼 사소해 보이는 부분에서 설명이 미흡하다고 느꼈어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의지할 곳도 없고 외롭기도 했는데, 원래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데도 행사나 친목 활동을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참여하면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습니다. 첫날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는 길에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땐 충격이 컸는데 지금은 그리운 풍경이네요.
수업 방식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출석을 간단한 리포트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학생들 모습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열심히 듣는 학생도 있고 수업 중에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학생도 있었어요. 캠퍼스 분위기는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서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문학부의 국어학 강의가 기억에 남아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인 '만엽집(万葉集)'을 자세히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아주 젊고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공부한 내용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거든요. 간사이 사투리를 쓰셔서 중간중간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반대로 유학생 대상이 아닌 학부 수업에서는 배경지식이 없는 내용을 배울 때 강의가 외계어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한국에서 공부한 일본어와 현지 일본어는 어휘, 대화의 코드, 말의 속도가 가장 달랐습니다. 처음엔 외국인이라고 천천히 쉬운 표현으로 배려해 주시지만, 어느 정도 친해지거나 일본어를 할 줄 안다고 느끼면 평소 속도로 돌아가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요. 사투리를 쓰는 사람도 많아서 표준어로 배운 입장에서는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숙사 안에 '커피 아워(コーヒーアワー)'라는 친목 프로그램이 있어요. 거기서 여러 나라의 새 친구들을 사귀고, 편의점에서 한 캔씩 사서 마시며 새벽까지 이야기했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어서 꽤 큰 도전이었는데, '해냈다!'는 생각에 기뻤고 친절하게 대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웠어요. 동아리는 밴드 동아리, 사진부, 지역활성화 동아리 셋을 했습니다. 밴드에서는 노력과 소통의 중요성, 무대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고, 사진부에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과 사진의 재미를 알게 됐어요.
지역활성화 동아리에서 작은 식당과 바를 운영했는데, 거기서 직접 일도 해보고 신메뉴 회의에서 제가 고안한 음료가 채택돼 발표까지 했어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여러 사람과 교류하면서 일본의 기업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무엇보다 일본에서 직접 일을 해봤다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사진부에서 다 같이 간 간몬 해협 불꽃축제(関門海峡花火大会)도요. 한여름 인파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봤는데 힘든 것도 잊을 만큼 예뻤습니다. 끝나고 사람에 밀려 돌아오는 길은 지옥 같았지만 그것도 지금은 추억이네요. 하하.
일본이 한국보다 확실히 완곡하게 표현한다고 느꼈어요. 한국에서 친한 사이에 쓸 만한 말을 그대로 직역하면 일본인 친구들이 놀라거나 웃긴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설적이라는 말을 들어봤어요. 하하. 그래서 일본에서 생활하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의 일본어 말투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여행지는 돗토리, 히로시마, 카가와예요. 돗토리는 사구뿐 아니라 요나고 시도 좋고, 저렴한 료칸 숙박도 추천합니다. 멋진 자연경관에 느긋한 소도시 분위기예요. 히로시마는 렌터카 드라이브 여행을 추천하고, 카가와는 우동의 성지라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식감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음식은 사이제리아(메뉴 세 개를 시켜도 1,000엔이 안 나오고 전국 체인이라 어디서든 갈 수 있어요), 패밀리마트의 파미치키(ファミチキ), 그리고 카가와 우동입니다. 낫토는 끝까지 안 맞았어요.
성격이 크게 바뀐 것 같아요. 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뭔가를 시도하는 걸 생각만 하고 실천은 잘 안 했는데, 교환학생 기간에 뭐든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꼈어요. 진로는 선택 자체보다 준비 과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지금은 일본 기업의 한국 지부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깜짝깜짝 놀랐어요. 일본에서는 경적을 들을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리고 한국 배달·택배가 정말 빠르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는 말이 있죠. 교환학생은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건이 된다면 꼭 하세요.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는 게 설레면서도 무섭겠지만, 무섭다고 얼어 있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실무적으로 챙길 걸 꼽자면 어학 성적은 미리 따두기(제가 지원한 규슈대 기준으로는 N1이 필요했고 학점 요건도 따로 있었어요), 렌터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국제운전면허증 미리 발급하기, 도착하면 자전거부터 구하기, 공과금·교통비를 감안한 여유 자금 잡아두기, 유튜브 섀도잉으로 실제 회화에 귀 익히기, 커피 아워 같은 친목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 그리고 마트 식재료로 해 먹기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찰나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교환학생 기간만큼 찰나처럼 느껴진 1년이 없었어요. 그만큼 즐겁고 알찼고, 저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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