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거스리고반입니다.
김치스시에 글을 써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저는 평소 요리에, 특히 일식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서 이것저것 해 보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휴학하고 시간이 남아돌 때 청어를 만들어 먹은걸 여기다가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써 봐요.
아무래도 일식이니...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는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정통 레시피를 추구해도, 현지인 분들께서 알고 계신 것이 훨씬 더 많을테니까요.
본토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먹는지부터, 조리 과정이나 문화에 대해 잘 알고 계신다면 코멘트 많이 남겨주세요!
청어는 제가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좋아하는 생선을 말하라면 고민도 없이 첫번째로 이름을 댈 수 있는 생선이지만, 그 손질 난이도가 극악인지라 왠만큼 실력있는 업장이 아니면 아예 다루지 않는 생선일겁니다.
청어에 빠지게 된건 작년 여름의대구의도링코에서 먹은 모리아와세, 그리고 군생활 할 때 여의도에서 먹었던 니기리, 오래 전 도쿄에서 먹은 개쩌는 니기리가 큰 계기였습니다.
한 입 먹고 굉장하다고 느꼈지만 앞서 언급했듯 손질 난이도가 극악이기에, 돈을 내더라도 청어만 막 쌓아놓고 먹을 수가 없는.. 그런 생선이었기에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청어는.. 시간 남는 사람이 하면 딱 좋을 요리죠.
근데 나는 휴학생이니까.. 남는게 시간입니다.
청어를 집에서 손질부터 숙성까지 해보는 계획을 세웁니다.
청어는고성의황제수산에서 주문하면, 당일 조업된 그대로 목 꺾고 피 빼서 보내줘요. 바로 다음날 받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emperor_susan?igsh=MXduMzZuazhkdG05Zg%3D%3D
디엠 보내면 톡방에 초대해 주시는데, 이런식으로 당일 조업에 따라 여러가지 구매할 수 있는 공지를 띄워 주십니다.
저는 한국의 스시 인플루언서인스시 매드맨보고 청어 하나만을 위해 톡방에 들어갔어요.
아이스박스에 대형 아이스팩 4개, 그리고 질긴 봉투 두겹으로 방탄포장해서 와요.
내부에는 스티로폼 매트(?)까지 깔아서 혹여 새어나오는 수분과 물이 고인곳에 살이 닿아 물러지지 않도록 신경써 놨어요. 이건 좀 감동이더라고요.
선도는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흠 잡을데가 없었어요.
머리 치고 배 따서 준비해줍니다.
청어는 가시가 많아서 힘든거지,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한건 아니라 배 따고 목 치기에는 아주 수월한 생선입니다.
회로 드시려면 검은색 복막은 칫솔로 최대한 깨끗이 긁어내주세요. 여기서 잡내가 꽤 올라옵니다.
청어는 치아이(血合い, 측선의 혈합육) 부위의 잔가시 손질 난이도가 극극극극극악에 속하는 생선입니다.
일반 생선은 갈빗대, 지느러미, 그리고 측선의 치아이 정도의 가시만 손질해 주면 되지만, 청어는 가시가 측선, 등, 배쪽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일반적인 다이묘 오로시로는 가시를 제거할 수 없습니다. 척추를 잡아 뜯어야 해요.
헤링본이라는 말 들어 보셨죠?
여기서 헤링은 청어입니다. V자로 뻗어있는 지독한 청어의 뼈 모양에서 온 단어라고 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8MBY1AU5iOU
청어의 역사와 손질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영상이에요. 요즘 즐겨보는 채널입니다.
저보다 훨씬 잘 설명해 놓은 영상이니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고성에서 출발한 생선을대구에서 받은지라, 오는 과정에서 숙성이 좀 되어 청어살이(뼈를 뽑을 수 있을 만큼)충분히 물러졌지 않을까 싶어서, 한마리만 손질 해 봤어요.
가시를 잡아 뽑으면 이런 모습이 나와요.
이자카야나 숙성회 맛집에서 간혹 손질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저렇게 뽑은 청어뼈를 모아서 SNS에 업로드 하기도 하죠.
갈빗대는 뽑히지만 측면의 잔가시는 역시 두두둑 끊겨 나오네요..
선도가 좋아서 살이 아직 단단하나 봅니다.
짧은 시간동안 염장해 줍니다. 잡균을 없애고 불필요한 수분을 날려서, 살이 더 쫀득하고 단단해질거에요.
해동지를 잘 감싸서 냉장숙성을 좀 더 해줍니다. 감칠맛이 더 올라오고, 뼈가 쑥 뽑힐만큼 살이 연해질거에요.
숙성이 끝나면 이제 식초에 담궈서 불필요한 바다 냄새를 없애는 동시에 껍질을 연화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젓가락이나 칼등으로 살살 밀어서 껍질을 벗기기 수월해요.
끝으로 생선용 핀셋으로 호네누끼[骨抜き(ほねぬき)뼈를 하나하나 잡아 뽑는 기술] 해 줘도, 여전히 가시가 남아있습니다.
뼈를 뽑는 손기술과 감각도 중요하겠다만, 뼈가 잘 뽑힐만큼 부드럽지만 너무 무르지는 않은 정도로 숙성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 느꼈습니다.

그럼 이제 뭘 합니까?
뼈를 모두 뽑을 수 없다면, 남아있는 뼈가 씹히지 않게 하나하 끊어주는 칼집을 내야죠.
이게 호네기리[骨切り]입니다.
한국에서 하모 샤브샤브 시키면 나있는 그 칼집이요.
한쪽 방향 사선으로 엄청 촘촘하게 내는 방법도 있고, 저처럼 3~5mm 간격의 격자로 칼집을 내 줘도 돼요.
그럼 이런 모양이 나옵니다. 우선은 살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 사시미로 준비 해 봤어요.
저는 사시미에 와사비도 안 올려먹는 순혈주의자라서 원래는 그냥 먹으려고 했다만, 너무 안 예뻐서 야쿠미를 좀 올려 봤어요.
야쿠미는 파, 시소, 생강 등등 뭐든 잘 어울리지만 저는 생강향을 좋아해서(사시미 먹을 때 초생강을 두번 리필함) 다진 생강과 파를 올려 봤어요.
기름이 잔뜩 오른 여름 청어는 우유맛이 난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청어는 겨울 청어라 기름기가 많진 않아요.
그래도 청어인지라 다른 생선보다는 기름이 많이 올라오긴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겨울 청어는 등푸른생선 특유의 기분좋은 멸치향이 많이 올라와서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사랑하는 숙성회 맛집인대구의도링코에서 아지 스미소 세비체를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어요.
그래서 남은 청어회로 스미소 세비체를 만들어 봤습니다.
아무래도 겨울 청어였던지라 폭발적인 기름기는 기대할 수 없어서 바리에이션을 좀 줘 본거죠.
최대한 염도가 낮은 미소를 쓰는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간 조절이 쉽지 않았어요.
사시미로도 먹고, 스미소를 곁들여서도 먹어 봤으니 이제는 밥과 함께 먹어볼 차례죠.
니기리용 네타를 만들 때는 아까의 격자무늬로 칼집을 주지 않았어요.
방법은 전적으로 자유다만 저는 아주 얇게 슬라이스하고, 그걸 필렛 모양 그대로 5~6장 정도 겹치고 가운데 칼집을 세로로 한번 줘서 밥을 감싸게 만들어 봤어요.
아무래도 꼬리쪽 부분은 기름기도 좀 부족하고 식감도 있는지라, 잘게 다져서 파랑 생강, 양파 튀김이랑 섞고 스미소를 살짝 곁들여서 군칸마키로 만들어 먹었어요.
좋아하는 청어를 하루종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시간이 엄청 걸리기는 합니다.
물론 숙성시간은 개인 취향에 따른 편차가 엄청 크기도 하고, 아예 숙성 없이막회(어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냥 생선을 거칠게 막 썰어 내어놓는 한국식 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거에요. 주로 활어로요.)로 먹어도 맛있는 생선입니다.
다만 좀 제대로 에도마에 스타일을 표방하려면 손이 미친 듯이 많이 가는 생선이에요.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청어는 정말 사먹는게 맞는 생선이라는 겁니다.
원래는 모리아와세를 시켰을 때 한점밖에 안 나오는 청어에 아쉬움을 느꼈다만,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네. 하지 마십시오. 그냥 사 드십시오.
청어를 먹는 행위에 집중하고 싶다면 청어 요리를 하지 마십시오. 청어를 손질하다 보면 어느샌가 이 모든 과정들이 청어라는 음식 보다는 이 행위 자체에 집중이 되어 있을거에요.
갯바위에서 밤새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진짜 그 물고기를 잡아서 먹고 살기 위해 낚시하는게 아닌, 낚시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 위해 그 고생을 하는 것 처럼요.
그냥 일련의 긴 과정들에서 재미를 찾아낼 수 있는 요리인(중에서도 변태)들만 재미삼아 해 보는걸 추천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본토에서는 청어를 어떻게 즐기는지,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지 등등 뭐든 상관없으니 공격적인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거스리고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개
와..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복주머니 뱃지시면 꽤나 예전부터 회원이셨다는건데 왜 이제서야 이 좋은글을..😂
최근에 요리 커뮤니티도 생겼으니 거기에도 글 써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청어 뼈 손질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
저는 생선 손질을 잘 못해서 보기만 해도 존경스러워요